[오늘의 영성읽기]
마태복음 27:3-5
[묵상 에세이]
마태복음 27장은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으시고,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하던 긴박한 밤을 지나, 제자 중 한 사람인 가룟유다의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그 때에 예수를 판 유다가 그의 정죄됨을 보고 스스로 뉘우쳤다.” 예수님께 유죄가 판결되어 죽음에 이르실 것을 본 유다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비로소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 뉘우침의 끝은 “스스로 목매어 죽은지라”라는 비통한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유다는 계략을 꾸미고 군병들을 이끌어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을 넘겼습니다. 그럼에도 최후의 만찬 자리에는 그도 함께 있었습니다.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그 자리에서 분명히 아신 분은 예수님과 가룟유다 둘뿐이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접니까?” 묻던 그때에도, 주님은 가룟유다를 밀어내지 않으셨습니다. 떡을 떼어 “이것은 내 몸이라” 하시고, 잔을 주시며 “이것은 내 피라” 하신 사랑을 그에게도 동일하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다른 복음서에 전하듯 주님은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고, 그 중에는 가룟유다의 발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를 아시며 씻기시고 먹이시는 사랑이었습니다.
이후 유다는 심문 자리에서 예수님께 사람들이 침을 뱉고, 주먹질과 손바닥질을 하는 수치를 목격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점점 돌이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을 찾아가 은전을 도로 던지며 고백합니다.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노라.” 그러나 그들은 냉정히 대답합니다.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네가 당하라.” 뒤에 빌라도 역시 “너희가 당하라” 하며 손을 씻습니다. 무죄한 피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미는 사이, 유다는 그 죄책을 홀로 짊어진 채 스스로 생을 거둡니다.
본문은 가룟유다를 단순히 악인으로만 몰아붙이도록 두지 않습니다. “스스로 뉘우쳤다”는 사실을 분명히 증언합니다. 그러나 방향을 잃은 뉘우침은 그를 생명으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주님은 끝까지 가룟유다의 발을 씻기시고, 끝까지 떡과 포도주를 건네셨습니다. 그 사랑이 결국 유다를 뉘우치게 하였으나, 유다는 책임의 무게 앞에서 주님께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 안으로만 침잠해 버렸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하루를 사는 방향을 배웁니다. 운전에는 반드시 목적지가 있듯, 삶에도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목적 없이 방황하던 가룟유다는 결국 예수님을 팔아넘기고 자신도 무너졌습니다. 반대로 우리의 인생의 참된 목표, 방향은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데 있습니다. 절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끝까지 씻기시고 먹이시는 그분을 잃어버리지 말고, 오늘도 그 뒤를 잘 순종하여 걸어가야 합니다. 무죄하신 주님 앞에서 책임을 떠미는 대신, 그 사랑 앞에 머리 숙여 고백합니다. “주님, 엉뚱한 고집과 욕심으로 주님을 배반하지 않게 하시고,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만 따라 살게 하소서.” 그 길이야말로 우리의 드라이브가 향해야 할 유일한 목적지입니다.